기사상세페이지

박창범 교수 “법제화 및 적절한 보상 없다면 의료질 보장 어려워”

기사입력 2019.05.31 14:40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법적 휴게시간 침범하는 의료진 온콜(On-Call)제도 논란

    특정 진료과는 한 달 절반 이상 주말·휴일·야간 대기상태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_사진.jpg

    휴식제도는 근로자의 피로회복과 여과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 이러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 특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경우 주간 업무 외에도 일종의 대기근로인 휴게대기(소위 온콜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온콜제도란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병원 복귀 가능하도록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특정 진료과의 경우에는 한 달에 10일에서 15일까지도 대기 근무를 한다. 온콜제도는 휴식시간 내의 활동·이동 제한을 요구하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보상도 전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논문 종합병원에서의 호출대기(소위 온콜제도)의 노동법상 문제을 통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호출대기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에 대한 새로운 논의점을 제시했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리 휴식

    근로기준법에서는 일반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와 다양한 휴식제도(휴게, 주휴일, 연차휴가 등)를 통해 장시간 근로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여과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주고 있다. 연장근로 제한과 휴게시간 고정이 어려운 보건업, 기타 운송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특례제도를 통해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제도를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무제한적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공중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례업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다.

     

    365일 운영되는 대학·종합병원의 이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 일년 365일 매일 24시간 병원이 운영된다.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의사들은 이로 인해 장기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사결과 봉직의(전문의)의 일일 근무시간은 10시간 25, 대학교수는 11시간 54, 종합병원 전임의의 경우 평균 13시간 14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의 경우 포괄임금제도 등으로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더하여 소위 온콜제도가 개별 휴게시간까지 침범하면서 의료진의 근로형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르면 언제든지 근무지로 복귀 온콜제도

    호출대기(온콜제도)란 근로자가 자택이나 다른 장소에 머물 수 있지만 사용자가 호출하는 경우 바로 근로를 할 수 있어야하는 상태로 일종의 대기근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근로형태지만 여러 직장 특히 응급상황이 있는 병원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호출되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 근무지로 복귀해야한다. 근로자는 상시 연락이 가능해야하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병원과 진료과에 따라 심하면 1년 내내 대기하기도 하며 전문의 수가 많은 대형종합병원의 경우에도 한 달에 최소 10일에서 15일 정도 대기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생활 제약·정신적 스트레스·보상 없는 대기근무

    온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휴일을 가르지 않고 발생하는 호출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주·야간 호출로 인한 수면부족, 그리고 일과 휴식 밸런스붕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다. 게다가 현재 법으로는 이러한 대기근로의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온콜대기의 경우 휴게시간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호출되어 근무지에 복귀한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온콜을 받지 않고 집에서 대기하는 휴대대기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다. 하지만 프랑스나 대기시간에 대해 보상(근로자 시간급의 약 10% 미만)을 원칙으로 하고, 독일의 경우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상이 원칙이다. 미국의 경우도 호출대기로 인해 생활에 제약이 심한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며, 보상을 받는다.

     

    의료의 질 보장 위해 적절한 보상과 법제화 필요

    현재의 보건업 특례규정은 의사의 장기간 노동을 합리화 하지만 장기간 근로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휴게대기는 의사 개인의 휴게권 침해 여지는 물론이고,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누적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급상황에서 적절한 대처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도 다른 근로자처럼 주52시간 근무제처럼 적정한 근무시간을 통해 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나아가 호출대기시간에 대한 합리적 보상에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의 호출대기시간 자체가 법으로 보장된 휴식시간동안 근로자의 이동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창범 교수의 이번 연구는 법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이화여대 법학논집'(2019.3.31.)에 게재됐다. 박창범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경영학사 및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법학사에 이어 현재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법학석사를 받았다.

    backward top home